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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백예순 닷샛날 밤에 by 天燈의 시 그리고 감상 (첫번 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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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8.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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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PNG

삼백예순 닷샛날 밤에

    

 

이 진 호

 

 

 

이제 하루만 남았구나

삼백 예순 나흘이

후딱 지나가 버렸네

 

참 아쉽다 아쉬워

영수와 다투고 사과도 못했는데

외할머니도 자주 뵙지 못했는데

삼촌에게 버릇없이 자주 대든 거

그 보다 더 아쉬운 건

영수 성적보다 내가 뒤진 거다

 

그래도 자랑스런 게 있네

음식물 찌꺼기와 집 쓰레기 내다 버린 거

짜증 안 내고 부모님 심부름 한 거

그림 그리기에서 우수상 받은 거

동생에게 선뜻 침대 양보한 거

 

그래 그래

잘못해서 아쉬운 건 털어내자

잘 한 건 더 잘 해보자

내일은 새해 첫 날이다

새 마음으로 새 출발하자 

 

 

 

 

 

이진호 박사.PNG

天燈 이진호 (시인)


*'한국교육자 대상' ‘한국아동문학작가상’ ‘세계계관시인 대상’

 

‘대한민국동요 대상’ ‘현대문학1백주년 기념 문학상 창작 대상’등을 수상하고 새마을 찬가 ‘좋아졌네’ 군가 ‘멋진 사나이’ 와 전국초중고등학교 176개교 교가 작사로 유명한 천등 이진호 시인은 천등문학회장으로 20여년간 전국 동화구연대회와 시낭송대회를 봄 가을로 주관해 오고 있으며, 천등아동문학상(18회)을 제정 시상해 오고 있다.

 

 

 

읽고 나서【감상】 

 

한 해가 응축된 반성과 격려의 미학

 

 

시제 ‘삼백예순 닷샛날 밤에’는 일 년의 마지막 날 밤이 된다. 마지막이란 말은 시간적으로 순서상으로 맨 나중이다. 마지막은 끝이라는 의미 때문에 숙연해지고 비장해진다.

 

위의 시는 화자의 상황이 일 년의 마지막 날로 시적 배경이 되고 있음을 1연에서 드러내고 있다. 한 해의 마지막 날, 일 년이 후딱 지나가버린 것에 대해 화자는 조금 당황하고 있다.

  

2연의 첫 행 "참 아쉽다 아쉬워"에서 ‘아쉬움’을 반복함으로 한 해를 보내는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낸다. ‘영수와 다투고 사과하지 못한 점’, ‘할머니를 자주 찾아뵙지 못한 점’, ‘삼촌에게 버릇없이 자주 대든 점’, ‘영수보다 성적이 뒤쳐진 점’을 반추하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일 년의 마지막 날 생활습관과 태도를 돌아보는 반성의 시간을 갖는 것에서 화자는 자신을 객관화해서 바라보고 있다. 나를 돌아보는 것은 반성의 시간으로 후회가 남는 불편한 마음이 된다. 그러나 지난날을 돌아보는 건 친구에게 어른에게 또는 자신에게 더 좋은 삶을 살기위한 준비과정이 된다.

 

3연에서는 자랑스러운 반전의 시간을 가져온다. 좋은 일을 한 기억도 있었기에 화자는 자긍심을 갖는다. ‘음식물 찌꺼기와 집 쓰레기 내다버린 거’, ‘짜증 안 내고 부모님 심부름 한 거’, ‘그림 그리기에서 우승상 받은 것’, ‘동생에게 선뜻 침대 양보한 거’ 등을 기억하며 은근히 가슴 뿌듯하고 조금은 마음이 평안해진다.

 

그래서 4연 1행에서 ‘그래 그래’하며 화자는 자기 스스로를 격려하며 다독인다. “잘못해서 아쉬운 건 털어버리자/ 잘한 건 더 잘해 보자”며 자신에게 응원하고 있다. 왜냐하면 “내일은 새해 첫날”이므로 “새 마음으로 새 출발”을 해야 되기 때문에 더 이상 침울할 수 없다는 결심을 읽게 된다.

 

 

위의 시는 에피소드가 들어간 시로 실용적이며 지침서가 되고 있다. 1연의 ‘아쉬움’과 2연의 ‘반성’, 3연의 ‘자긍심’과 4연의 ‘새해의 다짐’이라는 과정을 거치며 성장과 발전이라는 미래상을 보여준다. 좋은 시는 어른이 읽어도 어린이가 읽어도 좋다.

 

시적정서가 반성을 통해 새로운 결심이 시로 표출되고 있어 의미가 조화롭다. 단순 소박한 표현인 것 같지만 타자가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체험을 바탕으로 일 년 동안의 생활을 반성하는 메시지가 뚜렷한 시이다.

 

 

지은경 박사.PNG

 

 

해설:지은경 

 

 

문학박사 ․평론가, 한국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아태문인협회 명예이사장, 한국신문예문학회명예회장, 국제펜한국본부 이사, 한국문인협회 이사, 한국비평가협회 이사,《월간신문예》발행인. 시집『숲의 침묵 읽기』등 12권, 평론집『의식의 흐름과 그 모순의 해법』,칼럼집『알고 계십니까』기행에세이『인도, 그 명상의 땅』외 논문·저서·엮서 3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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