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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제297화 엄마가 기다리는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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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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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봄나물 

 

충청남도 공주, 눈 속을 파헤치며 냉이를 캐는 엄마가 있다. 추운 날씨에 아직 얼마 없는 냉이를 찾아 들판을 헤매는 이유는 고령의 시어머니에게 식사를 챙겨드리고 싶어서다. 14년 전 한국으로 시집온 엄마에게 버팀목이 되어줬던 시어머니.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아 강단 있고 며느리 위할 줄 알았던 시어머니는 재작년 크게 넘어지고 난 후에 걸음이 어려워졌고 치매 증상도 나타났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시어머니 모시는데 빈틈이 없는 며느리는 입맛 없는 시어머니를 위해 들판을 헤매고, 오래되고 허름한 집에서 혹여나 춥게 지내실까 장작불도 아낌없이 땐다. 출근하기 전에는 곰국을 끓여 시어머니 먹을 식사를 준비해놓기도 하는데... 며느리의 정성에도 불구하고 하루가 다르게 치매 증상이 심해지는 시어머니는 자꾸 아이가 되어간다. 오늘도 시어머니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봄나물을 캐는 엄마. 엄마의 봄나물은 시어머니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엄마를 닮은 아이, 14살 유경이

 

농사철에는 땅을 임대해 밤농사와 하우스 농사를 짓는 부부. 일이 없는 겨울철엔 남편은 평택으로 청소 일을 다니고, 엄마는 육묘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방학을 맞아 집에 있는 아이들에게 치매인 할머니를 부탁하고 일을 나가는 게 마음 편치 않지만 농사와 생활을 하면서 생긴 거액의 빚을 갚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쉴 수 있는 날이 없다. 엄마와 아빠가 일을 나가면 첫째 유정이가 할머니를 돌본다. 치매 증상에 거동도 불편해 하루에 수백 번도 더 유정아 부르는 할머니의 심부름을 하고 할머니의 요강을 치우는 등 집안일을 돕는 유정이. 사춘기 소녀에게 쉽지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얼굴 한 번 찡그리지 않는다. 어렸을 적 바쁜 엄마와 아빠를 대신해 자매를 길러준 할머니를 도와주는 건 당연한 일. 거기에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하는 엄마와 아빠의 힘이 될 수 있다면 유정이는 지금의 일이 하나도 힘겹지 않다

 

 

 

엄마가 기다리는 봄날 

 

엄마의 일을 덜어주기 위해 할머니를 더욱 정성껏 보살피고, 엄마의 힘든 마음을 덜어주기 위해 곰팡이 핀 벽에 꽃을 그리는 딸. 딸 유정이가 있기 때문에 엄마는 추운 겨울을 잘 보낼 수 있다. 유정이가 힘이 되어주지 않았다면 시어머니를 모시는 일이며, 돈을 벌어야 하는 일까지 버겁기만 했을 것. 내색하지 않아도 엄마를 생각하고 위해주는 딸에게 늘 고마운 엄만데, 한데 겨울이 끝나고 봄이 다가올수록 엄마의 마음은 복잡해진다. 어려운 형편에 올해 중학교에 올라가는 유정이 교복도 마련해놓지 못한 상황. 하루하루 열심히 벌어 모으지만 큰 빚을 갚아나가며 생활비에 아껴 써도 아직 여력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엄마는 오늘도 웃는다. 조금 더 열심히 일하면 딸의 교복을 맞춰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엄마는 기다린다. 딸이 예쁘게 교복을 입고 중학교에 입학하는 그 날을. 힘든 환경 속에서도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가족들. 가족들에게 봄날은 어떻게 다가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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